[매일경제] 사운더블헬스, 오줌발 소리로 전립선 질환 관리하는 모바일앱
기발한 아이디어로 네이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있다. 화장실에서 앱을 실행시키고 '두 번(시작·마침)'만 클릭하면, 알아서 소변 보는 시간과 소리를 분석해준다. 인공지능(AI) 엔진이 불과 몇 초만에 배뇨량·최대요속·평균요속·배뇨시간을 그래프로 그려서 보여주며, 측정결과는 대시보드에 저장된다. 전립선과 방광질환 환자들은 이 데이터를 들고 병원을 찾는다. 일종의 '소변 다이어리'인 셈이다. '프리비(PRIVY)'라는 앱을 개발한 사운더블헬스는 이제 막 시장이 열리고 있는 '디지털 치료 산업'을 개척하는 회사다. 전국민 5명중 1명꼴, 당뇨보다 환자가 많은 질환임에도 쉬쉬하느라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주목했다. 송지영 사운더블헬스 대표는 "아이템을 말씀드리면 대부분 눈을 반짝이면서 재미있어하신다. '누구나 생각만 했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회사'라는 평가를 해주신 투자자도 있다"면서 "이미 병원에서 하고 있는 검사이고 비뇨기과 선생님들이 원하시는 데이터인데, 환자 입장에서는 측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일견 간단해보이지만 소리를 분석하는 AI 엔진을 개발하고 수치로 계량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환자가 말로 설명하려면 기껏해야 크다 작다, 지속적이다, 끊어진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를 구체적인 수치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귀'를 가진 덕분이었다.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직접 개발에도 참여한 송 대표는 "저는 취미로 피아노와 클래식음악을 즐기는 수준이고, 동료들이 '절대음감'인 분들이 많았던 덕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과 미국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중인데, 더 많은 데이터가 모이면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비는 영어와 한국어 베타버전으로 출시됐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인이 건강관리 및 모니터링 도구로 쓸 수 있는 등급인 '웰니스 기기'로 인정받았고, 분당서울대병원 등과 손잡고 정식 의료기기(진단보조)로 인정받기 위한 준비도 진행중이다.
주 타깃 시장은 미국이다. 프리비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을 마쳤다. 송 대표가 창업 이후 미국을 수시로 오가며 의료시장을 분석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덕분이다. 미국은 글로벌 제약사, 의료기기 회사, 보험회사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시장이어서 '그들의 언어'로 설명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송 대표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호흡기 질환 관련 제품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기침소리나 폐음, 심장박동음 등을 분석할 수 있다면, 신약개발 임상시험에 활용될 수도 있고 디지털 치료제로서 의약품과 함께 처방받을 수도 있다. 다양한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관련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와 공동개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사운더블헬스처럼 음향 분석 AI 솔루션 개발에 성공한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물기 때문이다. 사운더블헬스는 지난 6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세계최대 바이오 행사(바이오USA) 투자컨퍼런스에서 전세계 스타트업들을 제치고 투자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송 대표는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며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소리'로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종합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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